동양풍 에이펙스 레전드?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 체험
‘H1Z1’을 시작으로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났다. 배틀로얄 장르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고, 활발하게 다양한 신작 배틀로얄 게임이 출시되고 있다. “또 배틀로얄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테지만,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그 배틀로얄 게임이다. 바로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총 3일 간 진행된 오픈 베타 테스트를 통해 게임을 즐기고,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는 넷이즈 자회사 24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동양풍 배틀로얄 액션 게임이다. 3인 1조 총 60명 규모로 게임이 시작되며, 드넓은 필드 위 랜덤으로 뿌려져 아이템을 수집하고, 조여오는 독가스를 피해 중앙으로 달아나며 다른 생존자를 모두 처치해 최후의 1팀이 되는 것을 목표로하는 전형적인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다.
3인 1조로 팀을 꾸려 싸운다
맨 몸으로 시작해 맵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파밍하는 것이 국룰
기존에 출시한 배틀로얄 게임 중 가장 비슷한 것을 꼽으라 한다면 ‘에이펙스 레전드’가 있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살아남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배틀로얄 게임치고는 전략적 버티기(속칭 ‘존버’)가 아닌, 빠르게 이동하며 적을 찾아 끊임없이 싸워 나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 또한 그런 끊임없는 전투를 지향하는 게임이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도 ‘에이펙스 레전드’와 상당히 유사하다. 먼저 장비 아이템에 등급이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커먼, 레어, 에픽, 레전더리로 나뉘는데, 등급이 올라갈수록 내구도와 대미지가 높다. 특히 아머의 경우 입으면 쉴드가 생기는데, ‘아머 파우더’를 사용하면 이 쉴드을 회복시킬 수 있다. 캐릭터마다 일반 스킬, 궁극기 등 두 가지 고유 능력이 있어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점도 유사하다. 예를 들면 ‘마타리’는 암살 특화 캐릭터로, 일반 스킬은 일정 거리를 순간 이동하고, 궁극기는 은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캐릭터마다 고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체력에 쉴드를 추가하는 아머, 아머 파우더로 쉴드를 충전할 수 있다
죽은 아군을 살려낼 수도 있다. 만약 전투에서 패배해 죽더라도 수백 초 동안 필드에 영혼이 잔류하게 되고, 그것을 회수할 수만 있다면 제단에서 되살려 낼 수 있는 것. 긴 파밍 시간에 비해 목숨은 하나, 전투는 한 순간이라는 배틀로얄 장르 특징상 먼저 죽으면 긴 시간 동안 지루하게 관전만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필수라고 생각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배틀로얄 게임들은 대부분 이 부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특이하게 방어구가 아닌, 무기에도 내구도가 붙어있다. 일종의 ‘예리도’인데, 0이 되면 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필드에 뿌려져 있는 정비 상자를 파밍해 무기를 정비하면 내구도가 회복된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 전투 도중 예리도가 낮아지면 숫돌을 꺼내 무기를 갈아 예리도를 회복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실제 동작도 그와 비슷하다.
무기의 예리도가 떨어진다
몬스터 헌터의 숫돌질이 떠오르는 장면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의 전투는 여타 배틀로얄 게임과 달리 총을 메인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에임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원거리 무기는 견제용이고, 핵심은 근접 무기를 사용한 ‘가위바위보’ 싸움에 있다. 처음 접했을 때는 근접 전투로 무슨 배틀로얄이냐는 생각이 앞섰지만, 생각보다 밸런스가 절묘했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 근접 전투 가위바위보
근접 무기 공격은 일반 공격, 모으기 공격, 카운터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일반 공격은 마우스 왼쪽 혹은 오른쪽을 짧게 눌러 발동할 수 있다. 가장 행동이 빠르며, 카운터를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다.
모으기 공격은 마우스 왼쪽 혹은 오른쪽을 길게 눌러 힘을 모아 발동할 수 있다. 힘을 모으는 동안은 공격을 받아도 경직이 발생하지 않고, 적중 시 한 번에 큰 대미지를 준다. 무기 종류마다 발동 형태가 다른데, 검은 일자로 검기를 날리며, 일본도는 순간 연속 베기, 대검은 빙글빙글 돌며 주변을 베어버린다.
카운터는 말 그대로 상대 공격을 맞받아 치는 공격이다. 모으기 공격을 무효로 만들고 큰 대미지로 되돌려준다. 발동이 굉장히 빠르지만, 유지 시간이 짧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또 일반 공격은 맞받아 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스페이스 바로 점프하거나, C로 앉아서 회피하는 방법이 있고, 쉬프트를 눌러 굴러서 피하는 방법도 있다. 같은 공격끼리 부딪히면 상쇄가 일어나 칼이 튕기면서 뒤로 물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공격과 방어 수단이 다양하다 보니 의외로 단순하지 않고 동양풍 배틀로얄이라는 주제에도 어울린다.
근접 무기로도 충분히 원거리를 대처할 수 있다
일반 공격 상쇄와 쉬프트 회피
파쿠르 액션이 다양하다. 점프하면 손이 닿는 비교적 낮은 벽을 기어올라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절벽을 기어오르고, 벽을 차고 달리고, 얇은 나뭇가지에 균형을 잡고 서있는 모습을 보면 한편의 무협지가 떠오른다. 그래플링 훅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다. 필드 곳곳에 훅 아이템이 떨어져 있는데, 이를 사용하면 와이어 액션이 가능해진다. 나무, 바위, 건물, 심지어 사람까지, 다양한 오브젝트에 훅을 박아 이동할 수 있다.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존버’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이처럼 빠르고 다양한 액션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빠르게 이동이 가능한 훅 액션
벽에 매달리고, 달리는 액션이 상당히 섬세하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영혼옥’이 있다는 것이다. 영혼옥은 일종의 룬으로, 장착 시 특정 능력치를 올려준다. 공격력, 방어력,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일반적인 영혼옥부터, 발소리를 줄여주거나, 원거리 정확도를 높여주는 등 특수한 영혼옥도 존재한다. 본인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영혼옥을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변수를 만들어 주는 영혼옥
은근히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게임을 즐기면서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다면 게임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캐릭터별로 고유 능력이 있고, 근접 전투가 메인이라 난전이 기본이며, 그 근접 전투는 일반 공격, 모으기 공격, 카운터로 가위바위보 한다는 느낌을 이해해야 수월하고, 액션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게임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암기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기자는 에이펙스 레전드를 오래 플레이 했기 때문인지 금방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대부분 게임을 1등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만큼 게임 시스템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외적으로는 그래픽이 무협에 가깝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설명이 부족하고, 복잡하다.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는 “또 배틀로얄이야? 심지어 동양풍이라고?”라는 생각에 낮은 기대를 품고 플레이한 것 치곤 생각보다 본격적이고, 흥미로운 게임이었다. 체험 내내 떠오른 게임이 있다면 ‘에이펙스 레전드’와 ‘몬스터 헌터 월드’다. 게임 시스템은 ‘에이펙스 레전드’를 닮았는데, 자연 속에서 적과 뒤엉키며 전투를 펼치고, 무기 예리도를 회복시키고 있자면 ‘몬스터 헌터 월드’에 PvP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