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이낙연 후보와 저녁 회동까지 했지만, '이심송심(송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캠프 내 송 대표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은 데다가 세력 교체기에 접어든 민주당 상황상 '이심송심' 논란은 경선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영길, 후보들과 일대일 만남…요식행위냐, 원팀 정신 회복이냐

이낙연 후보는 이날 회동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의 당면한 목표는 내년 대선 승리다. 그런 목표에 맞게 후보들도, 당도 움직여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민주당이 원팀이 돼서 국민의 신임을 얻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논란을 봉합하려는 모습이다.

'이심송심' 논란은 친문 핵심인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민주연구원의 생활기본소득 핵심 공약 포함을 문제삼으면서 촉발됐다.

최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는 정도를 넘어섰다"며 "기본소득은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자 후보간 격렬한 논쟁이 현재 진행 중인 정책으로, 당 연구원에서 대선 정책으로 공개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 당내 파장을 일으켰다.

그 뒤로도 당내 대선 검증단 설치 여부를 놓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6일 '대선주자 검증단' 설치에 반대하는 송 대표를 향해 "'이심송심'을 스스로 입증하는 일"이라며 "송 대표가 후보들의 결정을 거부하는 일은 명백한 불공정 경선 획책"이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음주운전 재범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 기구를 제안했고 나머지 후보들도 이에 찬성했지만, 송 대표가 "당에서 중간에 개입하면 되겠느냐"고 한 바 있다.

다만 아무 수사 권한이 없는 당에서 검증기구를 구성해봤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은 상황에서 송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엄호하기 위한 결정을 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송영길-이재명, 비주류와 비주류의 만남?

9일 이낙연 후보와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저녁 회동을 가졌다. 이낙연 캠프 제공
송 대표는 '이심송심' 논란을 일축시키고 '원팀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대선주자 6명과 번갈아가며 일정을 함께할 계획이지만, 이는 송 대표의 희망사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캠프 내에선 "어쩔 수 없이 하는 요식행위", "후보가 송 대표를 만나서 '공정 선거' 외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팽배하다.

당 안팎에선 송 대표와 이재명 후보 모두 비문으로 분류되는 만큼,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말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당의 주류였던 DJ계를 지금의 친노·친문 부산파가 밀어낸 뒤 민주당에선 20여년 동안 세력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 뒤 친노·친문이 분화하면서 오랫동안 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친문 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반감이 '이심송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친문이 여전히 당의 주류를 지키면서 이낙연 후보에 기운 반면, 친노와 신(新) 친문은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면서 물밑 주류 다툼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캠프 측에서는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민주당 내 주류 세력을 교체하려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